











2026년 04월 05일 일요일, 드디어 봄을 만끽한 것 같으면서도 피로가 몰려오는 하루
와, 진짜 오랜만에 블로그 일기 쓰는 것 같다. 사실 매일매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록하고 싶은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네. 오늘 하루는 정말이지 길고도 짧고, 또 만족스러우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그런 날이었다. 날씨는 또 얼마나 좋았는지, 창밖으로 보이는 벚꽃들이 연분홍빛으로 살랑살랑 흔들리는데, 왠지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은 아쉬움이 막 밀려오더라. 올해는 꽃 구경도 제대로 못 했는데, 이렇게라도 보게 되니 마음 한편이 몽글몽글해진다.
아침은 또 어땠게. 새벽부터 아이들 깨우고, 아침밥 챙겨주고, 등원 준비까지 시키고 나니 온몸의 기운이 쫙 빠지는 느낌? 간신히 아이들 보내고 나니 그제야 아침잠이 쏟아지는 거야. “아, 이대로 잠들면 점심은 또 어떻게 먹지?” 하는 생각도 잠시, 그냥 침대에 털썩 쓰러져 버렸네. 그렇게 꿀 같은 아침잠을 다시 자고 일어났더니 어느새 시계는 점심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더라고.
배는 고프고, 뭘 해 먹을 기운은 없고. 이럴 땐 역시 간편식이 최고지! 얼마 전에 ‘핵이득마켓’에서 잔뜩 사뒀던 ‘누룽지백숙’이 딱 생각났다. 와이프가 그렇게 극찬을 하길래 반신반의하면서 사봤는데,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다. 커다란 냄비에 넉넉하게 두 봉지를 뜯어 넣고 보글보글 끓이는데, 온 집안에 구수한 닭 육수 냄새가 진동하는 거야. 이 냄새 맡으니까 잠이 확 깨면서 식욕이 폭발하는 기분이었다. 누룽지가 들어가서 그런지 국물은 또 얼마나 진하고 구수한지, 닭고기는 또 얼마나 야들야들한지. 한 숟가락 뜨는 순간, “크으, 이게 바로 행복이지!”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니까. 뜨끈한 국물에 쫄깃한 닭고기, 그리고 바닥에 눌어붙은 듯한 구수한 누룽지까지. 정말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나니 온몸에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었다. 혼자 두 봉지 다 먹어치웠는데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속이 편안하면서도 든든한 게 이거 완전 ‘핵이득템’ 인정! 다음에도 또 쟁여놔야겠다며 혼자 씨익 웃었다니까.
점심을 든든하게 먹고 나서 문득 거울을 봤는데, 슬금슬금 올라오는 새치들이 눈에 확 들어오는 거다. 이젠 나이가 드는 건가 싶어 괜히 씁쓸해지려던 찰나, 와이프가 얼마 전에 사준 ‘레베로(Levero)’라는 염색 샴푸가 생각났다. “이게 그렇게 편하다고?” 반신반의하면서 욕실로 향했다. 샴푸처럼 그냥 머리 감듯이 염색을 할 수 있다니, 솔직히 혁명 아닌가? 염색약 특유의 독한 냄새도 없고, 복잡하게 섞을 필요도 없이 그냥 샴푸통 하나로 끝이라니. 일단 설명서대로 머리에 물을 묻히고 샴푸를 짜서 발라봤는데, 이게 생각보다 양을 넉넉하게 써야 하고, 구석구석 골고루 잘 묻혀줘야 할 것 같더라. 처음이라 좀 어색하기도 하고, “이거 진짜 염색이 되는 건가?” 싶은 의구심도 들고. 염색약이라고 하니까 혹시나 피부에 닿을까 봐 조심조심, 옷에 튈까 봐 조심조심. 그래도 일반 염색약보다는 훨씬 순한 느낌이라 그런지, 피부에 닿아도 크게 자극적이진 않았다. 물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묻는 즉시 바로 닦아내긴 했지만 말이다. 한 10분 정도 그대로 방치했다가 미지근한 물로 헹궈내는데, 와, 이게 웬일? 진짜 염색이 된 거 있지! 새치들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전체적으로 머리색이 자연스럽게 톤 다운되면서 훨씬 깔끔해 보였다. 처음 시도한 것치고는 정말 대성공! 와이프한테 고맙다고 해야겠다. 덕분에 한결 젊어진 기분이랄까? 거울 속 내 모습에 괜히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염색까지 완벽하게 마치고 나니 기분이 한껏 좋아져서, 아이들과 함께 어디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마침 아이들도 심심해하던 참이라, 바로 범계역에 있는 ‘점핑 배틀’에 가기로 결정했다. ‘점핑 배틀’이라고 하면 그냥 트램폴린 몇 개 있는 키즈카페를 생각하기 쉬운데, 여기는 차원이 다르다.
인스타나 유튜브에서만 보던 바닥이 알록달록 버튼으로 되어 있는 방안에서 반짝이는 블럭들이 방을 휘저으며 다니는데, 게임 규칙 자체가 빨간색을 밟으면 라이프가 하나씩 깎인단다. (라이프 총 5개) 그렇게 라이프가 모두 소모가 되면 해당 스테이지가 다시 시작되는데 이렇게 계속 스테이지를 깨다보면 점수가 쌓일거고, 쌓인 점수를 가지고 매장/전국 기록이 나온다. 우리는 처음이라 그런지 처음에 너무 방심했었고 그렇게 감을 익히기 전까지 스테이지를 계속 반복해서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다. (오늘 매장에서 꼴등일듯;;) 여튼! 그렇게 15분동안 30년전 펌프를 하듯이 발을 막 굴리니까 땀도 많이 나고 운동도 조금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달까.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고 다리는 후들거렸지만, 아이들과 함께 이렇게 실컷 웃고 뛰어논 게 얼마 만인가 싶어 정말 행복했다. 아이들도 평소보다 훨씬 에너지를 많이 쓴 덕분인지, 얼굴에는 홍조가 가득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가끔 이렇게 온 가족이 함께 몸을 움직이면서 노는 것도 정말 좋은 것 같다. 다음엔 와이프도 같이 와서 다 같이 뛰어놀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바로 가기에는 아쉬워 근처 오락실에 들러 아이들과 인형뽑기로 조그마한 키링 두개 뽑고, 둘째가 펀치기계를 치고 싶다고 해서 몇 판 해봤다. 역시 아이들은 아직 제대로 치는건 어려웠고 난 최고 신기록을 세웠지..롱..ㅋㅋ
집에 돌아오는 길, 아이들도 피곤했는지 버스에서 말도 없이 조용히 집까지 갔다. 나 역시 온몸이 노곤했지만,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 충만했다. 저녁 메뉴는 지친 몸을 위해 배달음식으로 결정! 아이들은 씻으러 들어갔고 와이프가 미리 시켜둔 ‘피자나라 치킨공주’의 피치세트 패밀리 사이즈를 준비했다. 역시 피치세트는 진리다. 피자와 치킨, 두 가지를 한 번에 맛볼 수 있으니 이보다 완벽한 조합이 또 있을까? 특히 오늘은 너무 신나게 놀아서 그런지, 배고픔이 극에 달해 있었다.
따끈따끈한 피치세트가 도착하고, 다 씻고 나온 아이들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고소한 치킨 냄새와 토마토소스 피자 냄새가 온 집안에 퍼지는데, 절로 군침이 돌았다. 먼저 피자를 한 조각 집어 들고 먹었는데, 역시 언제 먹어도 맛있는 그 맛! 쫄깃한 도우에 풍성한 토핑, 쭉 늘어나는 치즈까지 완벽했다. 피자를 먹으면서 점핑 배틀에서 있었던 일들을 아이들과 다시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아이들도 신이 났는지 연신 재잘거렸다.
그런데 문제는 치킨이었다. 순살 치킨을 한입 베어 무는데, 왠지 모르게 식감이 이상한 거다. 겉은 분명히 바삭하게 익었는데, 안쪽 살이 뭔가 덜 익은 듯한 느낌? 자세히 보니 살코기 부분이 약간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 “아니, 이게 뭐야!” 순간 기분이 확 상했다. 다른 치킨 조각들도 확인해보니 몇몇 조각에서 같은 현상이 발견되었다. 바로 전화해서 항의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미 피자는 맛있게 먹고 있고, 아이들도 신나게 먹고 있는데 분위기 깨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솔직히 이건 좀 심했다. 위생 문제도 있고, 자칫 잘못하면 탈이 날 수도 있는 문제 아닌가. 다음부터는 피치공에서 치킨 시킬 때 좀 더 신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부분은 정말 아쉬웠지만, 다행히 피자는 너무 맛있었고, 아이들도 치킨의 덜 익은 부분은 잘 피해서 먹은 덕분에 다행히 큰 문제 없이 저녁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렇게 길고 긴 하루가 저물었다. 아침잠부터 누룽지백숙, 염색 샴푸, 점핑 배틀에서의 활기찬 시간, 그리고 마지막 아쉬웠던 치킨까지. 정말 다사다난했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덕분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득 채울 수 있었던 하루였다. 내일은 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 반, 설렘 반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굿밤!










